
"호르몬 치료 중인데 두부랑 된장찌개는 끊어야 하나요?" 유방암 진단 뒤 식사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가장 자주 나오는 질문입니다. 콩에 든 이소플라본이 여성호르몬과 비슷하게 작용한다는 이야기 때문에 콩 반찬부터 식탁에서 빼는 분이 많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금까지의 연구는 음식으로 먹는 콩을 피하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유방암 치료 중 식사에서 더 신경 써야 할 것은 술, 체중, 그리고 호르몬 치료 기간의 뼈 건강입니다.
두부·된장·두유 같은 콩 음식은 평소대로 먹어도 됩니다
콩 음식을 일부러 끊을 근거는 없습니다. 중국 상하이에서 유방암 환자 5,042명을 진단 후 추적한 연구(Shu 등, JAMA 2009)에서 콩 음식을 많이 먹은 그룹은 적게 먹은 그룹보다 재발과 사망 위험이 높지 않았고, 오히려 낮은 쪽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경향은 호르몬 수용체 양성·음성 모두에서, 타목시펜을 먹는 환자와 먹지 않는 환자 모두에서 비슷했습니다(밴더빌트대 연구 소개).
다만 이 연구는 관찰 연구여서 "콩을 많이 먹으면 재발이 줄어든다"고까지 말할 수는 없고, 콩 단백질이 하루 약 11g을 넘는 구간부터는 더 나아지는 경향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콩을 약처럼 많이 챙겨 먹기보다 두부조림, 된장국, 콩자반처럼 우리 식탁에 늘 있던 반찬을 끼니에 한 가지 정도 두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주의할 것은 음식이 아니라 농축 제품입니다. 이소플라본 캡슐, 석류·칡 추출물처럼 '여성 갱년기에 좋다'고 파는 건강기능식품은 음식으로 먹는 콩과 양이 전혀 다르고, 위 연구에서도 다루지 않았습니다. 호르몬 치료를 받고 있다면 이런 제품은 시작하기 전에 담당 의료진에게 제품명을 보여 주고 확인합니다.

술은 양을 줄이는 것보다 마시지 않는 쪽이 기준입니다
유방암에서는 술이 콩보다 훨씬 분명한 위험 요인입니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는 술이 유방암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며 마시는 양이 많을수록 위험이 커진다고 정리하고 있습니다(NCI, Alcohol and Cancer Risk). 국가암정보센터의 국민 암예방 수칙도 2016년 개정에서 '하루 한두 잔의 소량 음주도 피하기'로 기준을 바꿨습니다(국가암정보센터 암예방).
"레드와인 한 잔은 몸에 좋다"는 말도 유방암 환자에게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모임 자리에서는 탄산수나 무가당 차로 잔을 채워 두면 권하는 술을 거절하기가 한결 쉽습니다.

항암·호르몬 치료 중에는 체중이 늘지 않게 식사량을 봅니다
유방암 치료 중에는 체중이 빠지는 것만큼 느는 것도 살펴야 합니다. 항암 치료 중 활동량이 줄고 스테로이드를 쓰거나, 호르몬 치료로 폐경 상태가 되면 체중이 늘기 쉽습니다. 미국암학회의 암 생존자 영양·신체활동 지침(Rock 등, CA Cancer J Clin 2022)은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채소·과일·통곡물 위주로 먹으며, 일주일에 중간 강도 운동 150~300분을 목표로 하도록 권합니다.
식사에서는 밥 양을 조금 줄이는 대신 채소 반찬과 단백질 반찬(생선, 두부, 달걀, 살코기)을 먼저 먹고, 단 음료와 과자 간식을 줄이는 것이 현실적인 첫걸음입니다. 수술한 쪽 팔이 무겁거나 림프부종이 걱정된다면 운동 강도는 담당 의료진과 정한 범위 안에서 늘립니다.


아로마타제 억제제를 먹는다면 칼슘과 비타민 D를 챙깁니다
폐경 후 호르몬 치료로 아로마타제 억제제(아나스트로졸, 레트로졸, 엑스메스탄)를 먹는 환자는 뼈가 약해지기 쉬워 칼슘과 비타민 D가 중요합니다. 이 약은 몸에 남은 에스트로겐을 더 낮추는데, 에스트로겐이 뼈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골감소증·골다공증 위험이 커지며 칼슘·비타민 D 보충과 운동, 필요하면 골다공증 약으로 관리합니다(Bauer 등, Breast Cancer: Targets and Therapy 2012).
보건복지부의 2020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은 50세 이상 여성의 칼슘 권장량을 하루 800mg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우유·요구르트·치즈, 뼈째 먹는 멸치와 뱅어포, 두부, 케일·시금치 같은 녹색 채소가 칼슘을 채우기 좋은 음식이고, 한꺼번에 먹기보다 끼니마다 나눠 먹는 편이 흡수에 유리합니다. 칼슘제나 비타민 D 영양제를 따로 먹을지는 골밀도 검사 결과를 보고 담당 의료진이 정합니다. 뼈로 전이된 경우의 관리는 유방암 뼈 전이 글에, 재발을 일찍 알아차리는 방법은 유방암 재발 글에 따로 정리했습니다.

메디람한방병원은 입원 환자의 식단을 치료 단계와 체중 변화, 소화 상태에 맞춰 조절하고 있으며, 끼니 구성은 병원 식사 안내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식사 관리는 단독으로 암을 치료하지 않고 표준 치료를 대신하지 않으며, 먹어도 되는 음식과 양은 받는 치료와 검사 결과에 따라 달라지므로 담당 의료진과 먼저 상의합니다. 콩 음식과 암 환자 식단의 기본 원칙은 암 환자 식단 글에서 이어 볼 수 있고, 치료 일정에 맞춘 입원 상담은 상담 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습니다.
